Hayyo, in Yeongdeok

 


Design

Architecture

Interior

Branding

Landscaping


Space

Stay


Address

Yeongdeok


Date

March, 2023

Hayyo, in Yeongdeok


단단한 두 개의 큐브, 담 너머의 공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미지의 입구.

수평으로 길게 펼쳐진 형태의 길을 따라 가도록 만들어진 의도된 기다란 진입부는 두 개의 집이 시작되고 나누어지는 동선 구분의 역할과 동시에 현실에서 이상으로 들어서는 완벽히 새로운 공간의 시작이라는 감각적 이미지를 심어줍니다. 반짝이는 까만 밤의 바다 위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길을 표현한 진입부는 아름다운 영덕의 바다를 담아내며 사용자들을 새로운 공간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덕 강구항에서 멀지않은 바다의 수평선을 마주하는 이 곳의 이름은 ‘해요’ 입니다.

바다 해, 작을 요 ‘커다란 바다 앞 한없이 작은 집’ 이라는 의미의 이 집은 한평생 영덕에서 나고자란 건축주의 낭만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들어졌어요.


‘해요’를 설계하기 시작했을 때는 2022년 1월로 covid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점이었는데요, 모두가 집 밖을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던 시기이면서도 그 어느때보다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이 크던 시점이었죠. 건축주분께서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안전하면서도 바다와 하늘에 맞닿을 수 있는 공간을 바라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크게 두가지 키워드를 컨셉으로 잡고 이 공간을 디자인 했습니다. 컨셉은 각각 ‘은신처’ 그리고 ‘산책’ 이었습니다. 시각적, 물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은신처로 느껴질 수 있는 단단하고 막힌 형태의 파사드를 구성하면서도 사용자가 진입부터 실내 공간경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건축적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계획이었어요. 불안과 욕망을 달래면서도 차분히 나의 오늘에 대해 생각하고 아름다운 영덕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산책과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은신처’와 ‘산책’은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다른 카테고리의 단어인 만큼 디자인적으로 결합하기 까다로운 키워드였습니다. ‘은신처’가 단단한 형태를 가진 내부로 응축된 공간감을 가지는 컨셉이라면 ‘산책’은 끝없이 이어지고 풀려나가는 확장하는 공간감을 가지는 컨셉이니까요. 라이프이즈로맨스(LIIR)는 그 두가지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키기 위해서 공간을 여러 개의 층위로 구성했습니다.


건물 진입로의 외부부터 담장을 쌓아 시각적인 레이어를 구성해주고 ‘여기부터 완벽히 안전한 공간’이라는 심리적 경계점을 설정한 뒤 각 동의 현관 문까지 총 4번의 꺾이는 지점을 만들어 공간 경험에 의도적 지연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더불어 건물의 외벽 바깥으로 한 겹의 담장을 더 둘러 점점 더 깊숙하고 안전한 곳으로 가는 듯한 인식을 유도했습니다. 반짝이는 까만 밤 바다 위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길을 표현하기위해 까맣고 반사광이 높은 바닥마감재와 무광의 밝은 그레이베이지 컬러로 마감된 산책로의 컬러대비를 통해 바닥으로부터 떠있는 듯한 산책로의 길이는 심리적으로 더욱 길고 거대하게 느껴집니다.


두번째 담장 안쪽으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내부를 상상 할 수 없습니다. 들어간 뒤에도 작은 창을 통해서 슬쩍 바라만 볼 수 있을 뿐이죠. 공간에 진입하기 위해서 이동한 거리는 긴데 아직 공간에 대한 청사진이 머릿속에 분명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우리는 그 공간이 실제보다 더 넓다고 느끼게 됩니다. 방금 내가 걸어온 길이 단순한 진입로가 아닌 멋진 산책이었다 느낄 수 있을만큼요.


현관에 들어서면 사람의 키만큼 들어올려진 하얀 벽 위로 파아란 하늘이 펼쳐집니다. 긴 여정을 거쳐서 안전한 공간으로 들어왔고, 그 안전한 공간에서 안락하면서도 야외를 향해서 활짝 열린, 시원하고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ㄱ자의 형태로 연결된 천창과 측창은 모두가 바다를 바라보며 잊고있던 영덕의 하늘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며 우리가 그동안 잊고지냈던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합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의 빛은 시간에 따라 공간에 깊숙이 들어오고 나가며 빛의 그림자와 색을 곳곳에 새기죠.


하지만 저희는 외부에서부터 가지고 왔던 산책로가 조금 더 이어지길 바랬어요.
공간의 진입에서부터 강조되었던 기다란 동선은 건물의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복도를 중심으로 침실과 욕실은 서측으로, 인피니티풀은 동측으로 배치하였습니다. 인피니티풀은 사계절내내 온수풀을 가동하여 계절에 상관없이 드넓은 바다를 마주하고 광활한 하늘을 머리 위에 담아내는데요, 복도의 천장에는 바다 물결의 움직임을 담은 워터웨이브금속을 활용하여 부드럽게 산란하며 흩날리는 외부 자연의 텍스처를 표현하였습니다. 이 공간은 바다를 바라보는 중점적 역할을 하는데, ‘커다란 바다 앞 한없이 작은 집’ 이라는 해요의 이름과 같이 큰 바다를 마주하고 발 밑 수영장의 반짝이며 일렁이는 윤슬을 바라보면 바다가 어느새 내 발 아래까지 확장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을거에요.


거실보다 들어올려진 주방은 공간 전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기에도, 외부공간과 연계된 자쿠지, 마당을 활용하기에도, 전체적으로 하나로 이어진 공간을 시각적으로 구분하기에도 효과적입니다. 채도가 낮고 다크한 우드 마감재를 사용하여 공간의 무게감을 만들어주고 그와 대비되는 화이트의 아일랜드를 사용해 일반적인 주거에서 느낄 수 없는 풍성한 매스감의 주방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어요. 다정한 호스트의 배려로 와인셀러와 오븐, 토스터기, 커피드리퍼, 인덕션과 커피포트 등 부족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만큼 완벽한 주방가전과 식기들, 거대한 사이즈의 주방에서의 여유있는 식사준비는 그 누구에게도 완벽한 한끼의 순간을 제공합니다.


‘해요’라는 이름은 응축되면서도 확장하는, 모순된 공간감이 담겨 있어요. 앞서 설명한것처럼 ‘커다란 바다 앞 한없이 작은 집’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는데요. 거대한 바다 앞에 작은 집이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우리는 작은 집의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하게 돼요. 응축된 이미지죠. 하지만 한편으로 작은 집 안에서 커다란 바다를 바라보는 이미지를 상상한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 너머를 상상하게 돼요. 확장하는 이미지죠. 그래서 ‘커다란 바다 앞 한없이 작은 집’은 동시에 ‘커다란 바다를 품은 한없이 작은 집’ 이기도해요. 저희가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느끼길 바랬던 것도 이런 인식의 전환이었어요.

작은 상상에 즐거운 경험이 더해지며 우리는 우리만의 은신처를 향한 산책을 시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스한 상상의 공간, 여기는 스테이 해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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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

Branding

Landsca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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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Address

Yeongdeok


Date

March,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