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hwa yeoinsuk, in Chuncheon

 



Space

Stay


Address

Chuncheon


Date

April, 2022

Samhwa inn, in Chuncheon


여행하는 사람이 쉬었다 가는 곳. 여인숙은 그 이름처럼 터미널 근처나 도심 속 골목 깊숙한 곳에서 오랜 시간 낯선 객(客)들의 휴식처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여인숙은 상권의 침체와 줄어든 숙박객, 모텔과 호텔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에 밀려나 어느덧 낡고 오래된 과거의 유산이 되어 이제는 본래의 기능도 희미해진 채 그 원형만 근근이유지해나가고 있죠. 둘이 눕기엔 좁은 쪽방, 공동화장실과 세면장, 연탄 난방, 삐걱대는 대문과 손으로 눌러쓴 듯한 명패.


과거의 여인숙이 수많은 사람들의 머물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규모가 작고 값이 싼 환영의 공간이었다면, 현재의 여인숙은 규모도 작고, 친절하지도않으며, 위생조차 좋지않은 기피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인숙의 풍경은 이제 적잖은 이들의 추억 한 갈피를 장식하고 있을 뿐이죠.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작은 골목 안에 위치한 ‘삼화 여인숙’은 1972년부터 2021년까지 반세기 동안 수많은 이방인의 보금자리로 사람들의 애환을 함께 해왔습니다. 한때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뛰어든 젊은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잠시 쓰이기도 했지만, 다시금 빈집으로 남아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삼화여인숙은 춘천시 근화동의 작은 골목 안, 1972년부터 2021년까지 50년동안 수많은 이방인들의 보금자리로, 춘천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던 삼화여인숙의 이름과 기억을 그대로 이은 새로운 운영자의 애정을 가득 담아 새로이 풀어낸 공간입니다. 구도심의 어딘가에 있을법한 낡고 삐걱대는 대문과 ㅁ자 건물구성, 글자가 하나쯤 떨어진 간판, 민트(그때는 옥색이라고 했을겁니다)와 브라운의 컬러조합, 손으로 눌러쓴듯한 명패, 뱅글뱅글 돌아가는 귀여운 창문의 형태까지.


이 공간에 가득 남은 이름모를 이들의 젊은 날의 흔적들을 공간의 곳곳에 남긴 채, 새로 찾아올 이들의 추억들을 가득 써내려갈 수 있는 책갈피와 같은 공간을 그렸습니다.


삼화여인숙은 라이프이즈로맨스(LIIR)가 진행했던 춘천 육림고개에 위치한 ‘스테이 한량’의 두번째 공간입니다.

건축주는 스테이 한량에 이은 새로운 스테이 공간을 찾다가 오래된 여인숙을 발견했고, 무려 50년이나 운영되어졌던 공간이 흔적도 없이 그냥 사라지는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고합니다. 골목에서 보이는 색이 바랠대로 바랜 저 간판에 마음을 빼앗긴 영향도 분명히 있었구요.


작고 소박한 공간도 마음에 들었지만, 오래도록 이방인들에게 환영받았던 이 공간이, 춘천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삼화여인숙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겠다 라는 마음으로 삼화여인숙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가기로했습니다. 리노베이션을 하되 삼화 여인숙의 이름과 기억은 그대로 이어나가고자 한거죠.


오래된 이방인들의 공간, 삼화 여인숙은 이제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된 새로운 삼화여인숙의 모습으로 또다른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Archive your life

Here is your flower bookmark.

여기,당신의 꽃갈피가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공간을 통해 당신의 삶을 기록하세요.


삼화여인숙의 메인컨셉은 Archive 입니다.

삼화여인숙이 가지고있던 오래된 시간의 흐름과 과거의 기억을 담아, 현재의 언어로 이어가 오래도록 춘천의 역사를 함께하는 아이콘과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삼화' 라는 이름과 ‘여인숙’ 의 기억들을 담아 꽃갈피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습니다.

아날로그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레트로한 공간으로 표현하고 더불어 삼화여인숙으로부터 새로이 만들어진 추억, 그 속에서 피어난 이야기들로 다시 미래를 꿈꾸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렸습니다.

이 공간에 가득 남은 이름모를 이들의 젊은 날의 흔적들을 책갈피에 담아 새로운 삼화여인숙의 곳곳에 걸어두어야지 하고 다양한 형태의 흔적들을 공간에 담아두었습니다.


1972년, 언 몸을 녹여주던 공간인 삼화 여인숙은 2022년, 얼어붙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모든 요소는 심리적 온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 재설계 되어야 했어요.


기존에 여인숙으로 운영되던 공간인 만큼, 삼화 여인숙은 가운데 작은 마당을 두고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뉜, 전통적인 ㅁ자 구조의 가옥이었어요. 춘천의 매서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 외풍을 막아주고, 온기를 둠어주며, 동시에 많은 사람을 수용가능한, 기능을 위한 구조였던거죠. 하지만 새롭게 태어난 삼화 여인숙에서 ㅁ자 구조가 가지는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데크와 조경으로 채워진 마당은 이제 빛과 바람을 적극적으로 들이는, 여유로운 휴식을 위한 공간이자 건물의 중심역할을 하는 중정이 되었어요. 여름철 시원하게 쏟아지는 장대비며 겨울에 떨어지는 눈송이까지도 담담하게 받아내며 공간 경험을 다채롭게 하는, 여인숙의 중심 공간으로 재해석된거죠.

마당을 중심으로 잘게 나뉘어 있던 객(客)들의 방들은 합쳐지며 저마다의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았습니다.

새로운 삼화여인숙은 크게 5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집니다.

주방 / 거실 / 침실 그리고 청음실과 수공간.


작은 방들은 합쳐져 주방이 되고, 다이닝룸이 되고, 거실과 침실이 되었어요. 모든 방들은 경계가 사라지거나 흐릿하게 구분되며 하나의 넓은 공간처럼 사용됩니다. 중정을 중심으로 분리되어 있는 두개의 방만 따로 구분되어 자쿠지 공간과 온전한 휴식을 위한 청음 공간으로 나뉘어요.


누군가가 사용했을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디터람스 sk6와 시즌별로 추천하고싶은 LP들을 비치하고, 다양한 아트북들이 비치되어있는 청음실은 삼화여인숙의 가장 큰 특징적 공간입니다. 공간 전체가 개방되는 큰 문을 열어두면 살랑살랑 들어오는 바람과 함께 주황빛의 빈티지램프에서 퍼져나오는 작은 방을 가득 채우는 조명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과 독서를 위한 공간이 되죠.


수공간은 큰 사이즈의 자쿠지를 외부의 조경면과 같은 높이로 낮추어 따뜻한 물속에서 빛에 따라 움직이는 물결과 바깥의 살랑거리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복잡한 일상을 떠나 나만을 위한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내가 딛고선 바닥보다 한단 낮은 곳에 위치한 자쿠지에 몸을 누이고 통창을 통해 데크 위를 내다보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하늘을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한때 골목 바로 앞 담장과 면한 작은 방으로, 허름한 창 하나로 한 뼘도 안되는 하늘만 볼 수 있던 공간이었죠.

기존 뼈대를 살리며 고쳤기 때문에 삼화 여인숙의 층고는 여전히 낮아요. 하지만 낮은 층고는 더이상 갑갑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밀조밀 잘 짜인 가구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함께하며 아늑하고 안정적인 공간으로 거듭났어요. 누군가의 취향을 잔뜩 눌러담은 아지트와 같은 공간이 된거죠.


여전히 많이 존치되어있는 여인숙들은 작은 규모의 수많은 방들이 마당을 향해 열려있는 구조로, 작은 마당과 긴 쪽마루, 공용공간들을 가지는것을 공통적 특징으로 가집니다. 현재의 스테이들이 원하는 요소들을 이미 가지고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거죠.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시각화 할것인지는 우리 세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마당은 공간의 내부 어디에서든 바라볼 수 있는 주요한 뷰 포인트가 되어주고, 긴 쪽마루를 이용한 긴 동선은 재미있는 평면구성이 가능해집니다. 공용세면대나 공용주방은 또 현대적으로 새로이 풀어낼 수 있는 충분한 요소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삼화여인숙이 지어질 즈음 이 여인숙은 누군가의 소망이고 희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며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기울어갔을 테고, 결국엔 잔뜩 낡아 버려지고, 그 누구에게도 선택받지못한채 수 년이 흘렀을겁니다. 


라이프이즈로맨스(LIIR)와 만난 삼화 여인숙은 다시 피어났습니다.

온전한 이름과 함께 할 두번째 이야기를 가득 품고 말이죠.

여기, 당신만을 위한 꽃갈피가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공간을 통해 당신의 삶을 기록하세요.


 



Space

Stay


Address

Chuncheon


Date

April,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