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raica, in Yeongdeok

 


Design

Architecture

Interior

Branding

Landscaping


Space

Stay


Address

Yeongdeok


Date

August, 2023

Terrracia, in Yeongdeok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생각할만큼 탁 트인 바다의 풍경과 푸른 숲이 감싸는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테라키아의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게’ 그것도 ‘영덕대게’로 가장 널리 알려진 영덕 강구항은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배경으로하는 수많은 식당들이 즐비한 곳인데요, 테라키아가 위치한 곳도 바다의 풍경 일부를 대게식당의 거대한 간판이 가리고있는 아름다움 속 약간의 오점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건축주의 요청은 아주 간단명료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온전히 즐기게 해주세요.>


이 간단한 요청에는 수많은 고려사항이 필요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기 위해서는 주변의 건물이나 간판이 최대한 노출되지않아야했고, 좁고 기다란 땅의 형태를 고려하면서도 바다의 수평선을 담을 수 있는 최적의 방향과 건물의 배치, 평면구성이 반영되어야했거든요.


사실 설계를 시작하기 전, 현장에 처음 방문했을 때 대지의 형태를 보고 바로 컨셉의 가닥을 잡았습니다. 산을 깎아 계단식으로 만든 땅이었는데, 바다를 향해서 길게 뻗어있는 모습이 마치 테라스 같았거든요. 실제로 대지가 바다를 바로 마주하고 있어서 대지 끝에 서 있으면 마치 대단히 멋진 건물의 끝에 위치한 테라스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지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최대한 살려 라이프이즈로맨스(LIIR)만의 언어로 구현한다면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테라스가 가진 독특한 공간적 특성은 모호함입니다. 테라스는 내부도 외부도 아닌 공간이죠. 외기와 맞닿아 있는 가장 크게 열린 외부공간임과 동시에 실내를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사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을 사용자가 느끼게하려면 단순히 테라스를 만들어 주는 것을 넘어서 이 공간 전체가 테라스와 같은 모호함을 띌 수 있게, 그러니까 아주 사적이면서도 자연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줘야 했습니다. 특히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바다가 실내 깊숙이 연결 된 것처럼 느껴지게요.


그래서 외부에 사용된 마감재가 실내까지 타고 들어오게 만들어서 내/외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습니다. 내/외부에 주로 사용된 마감재는 롱브릭이었는데요, 일반적인 벽돌보다 수평방향으로 길기 때문에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시선 방향을 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었습니다. 외부파사드에 사용된 브릭마감재는 실내의 포인트공간까지 타고 들어오고, 이는 의도했던 모호한 공간감을 실내로 확장하고 펼치는데에 더없이 멋진 요소로 완성되었습니다.


자연의 채광아래 다소 밝은 마감재로 인식될 수 있는 그레이컬러의 롱브릭 파사드의 무게감을 위해 블랙컬러의 도어를 사용해 안정적인 매스감을 만들어주고, 높낮이가 다른 건물의 형태의 레이어링을 통해 공간의 기대감을 증폭시켜주었습니다. 


건축주의 유일한 요청사항이었던 ‘아름다운 바다로의 시선’을 위해 다양한 방향에 다양한 사이즈의 창과 프레임 구성을 만들어두었는데요. 주변 건물의 간섭없이 온전히 펼쳐지는 방향으로의 창은 별도의 가림없이 클리어한 통창을 구성해 아름다운 바다를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도록 하고, 기둥없이 ㄱ자로 맞닿은 창 구성은 외부풍경을 가림없이 실내에서 보다 넓은 시선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주방에서는 어떠한 방향을 바라보아도 양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의 수평선을 볼 수 있어요.


반대로 가려주어야하는 부분들은 일부의 솔리드벽과 일부의 창으로 구성해 충분한 채광은 들이되 불필요한 시선은 차단해주었습니다. 의도적으로 보와 기둥을 벽마감재와 구분되는 브릭 마감재를 사용해 공간 내부에서의 또다른 프레임으로 느껴지도록하고 외부의 조경을 가득 담는 창을 중심으로 바리솔조명과 대칭된 프레임 속에 자쿠지를 구성해 오픈플랜으로 구성된 공간 안에서도 구분된 공간감과 새로운 시야에서의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했죠.


테라키아의 공간은 넓고 여유있는 주방공간을 중심으로 자쿠지와 거실 그리고 침실로 크게 구분됩니다. 주방은 공간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충분하되 미니멀 할 것. 이라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주제 아래 디자인을 풀어나갔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이보리컬러의 베이스컬러인 실내공간의 무게를 잡아주기위해 라이트그레이의 바닥재와 우드톤의 벽(실제로는 침실의 입구와 냉장고, 수납장 등이 숨어있는 기능집약의 공간입니다.)으로 공간의 무게감을 잡아준 뒤, 아일랜드 형태의 키친테이블과 마찬가지 아일랜드 형태로 어떠한 동선에서도 접근가능한 블랙컬러의 다이닝테이블로 공간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었어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에서의 숨겨진 위트는 주방의 벽면에 매입된 정사각형의 포인트 디피공간과, 주방 전체를 조화롭게 감싸안을 수 있는 블랙컬러의 선형과 둥그런 헤드가 돋보이는 월램프를 통해 완성해주었습니다.


중심공간에서 연결된 거실은 바다를 가장 편안하게,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기준인원에 비해 대단히 크게 만들어진 쇼파는 단순히 푹신하고 편안한 ‘앉는’ 가구가 아닌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누울 수 있는’ 완전한 휴식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롱브릭 마감재와 대비되는 단정한 톤의 우드와 블랙컬러의 패브릭을 사용해 자연적이고 따뜻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공간을 표현하고, 테라키아에서 머무르는 경험이 잠깐의 볕뉘같은 반짝임이 아닌 오래도록 변치않고 발현되는 짙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했습니다.


테라키아의 침실공간은 총 2가지 무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하나는 거실에 연결된 침실로 널찍한 세면대와 수납공간, 별도의 화장실구성, 막힘없이 바다를 향해 열린 뷰와 개방감 있는 높은 층고까지 부족함 없는 침실 구성이구요.


또 하나는 주방과 연결된 침실로 우드로 마감된 큰 벽의 숨겨진 도어를 열고 들어가면 외부 마감재로 사용되었던 그레이컬러의 롱브릭과 고급스러운 우드결을 가진 원목마루가 단정하면서도 풍성한 공간감을 보여줍니다. 레벨이 높여진 침대공간은 퀸사이즈 베드2개를 넉넉하고 안정감 있게 서포트하는 침대프레임의 역할과 동시에, 침실에서의 시각적 공간분리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테라키아의 공간에서 중심이 되는 마감재 선정과 가구 디자인의 첫번째 원칙은 ‘다양성의 조화’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공간과 가구들은 우드와 패브릭과 같이 자연적이고 따듯한 마감재로, 휴먼스케일을 기반으로 디자인 되었죠. 하지만 몸이 직접적으로 거의 닿지 않는 것들에서는 색다른 느낌의 마감재들을 사용했어요. 차가운 금속재질의 스테인리스나 아주 거친 텍스쳐의 스페셜 페인트, 다이닝테이블의 하부에 사용된 투명한 아크릴 등을 적절히 믹스하여 공간의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푹신한 매트리스위에 포근한 이불을 덮고 앉아 서늘하고 선명하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스테인리스 를 바라볼 때, 따듯하고 매끄러운 자쿠지의 물속에서 돌처럼 거칠게 마감된 벽면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시각과 촉각사이의 괴리를 통해서 모호한 감각경험을 의도했습니다.


그 밖에 침실에서 즐기는 다도 컨텐츠나, 거실과 주방사이 포인트 월에 매입된 파이어핏을 바라보며 즐기는 불멍과 같이 소박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위한 요소들도 고려했습니다. 결국 모든건 낭만적인 공간 경험을 위한 일이니까요. 


상대적으로 작은 b동에서도 대지가 가진 강점을 알뜰하게 살렸습니다. 한쪽은 바다, 한쪽은 산이 보이는 컨디션이라 거실과 침실 방향에는 큰 창을 내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산이 보이는 쪽 주방과 자쿠지에서는 액자처럼 고정창을 내서 자연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일 수 있도록 했죠.


세면대와 길게 이어진 자쿠지는 끊어짐 없이 연속되는 가구의 형태를 통해 작은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시각적 확장을 이루었습니다. 까만 선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면 어느새 푸르르게 빛나고있는 조경의 공간과 햇빛에 비추어 반짝이는 물의 공간을 마주할거에요.


산을 향해 열린 창은 미니멀한 주방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과시하거나 드러내지않는 조용한 아름다움의 미학은 가장 정제된 선과 면으로 표현되고, 테라키아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들을 온전히 담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잔상이 되어줄거에요.

스테이의 이름 ‘테라키아’는 그리스어 terra 와 salacia의 합성어입니다. ‘Terra’는 스테이의 컨셉인 테라스(terrace)의 어원이고, ‘salacia’는 ‘탁 트인 바다’를 상징하는 그리스 여신의 이름 살라키아의 영문 표현이죠. 대지와 탁 트인 바다를 이어주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것만큼 이 공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은 없을 것 같아요. 공간에서 처음 받은 인상이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부터 네이밍까지 완벽히 이어진 멋진 사례로 기억되겠죠.


자연이 가진 거대한 아름다움을 알아차린 인간과, 그 아름다움의 한 켜를 기꺼이 내어 또다른 이들을 위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한 공간.


푸른 바다 위 아름다움의 잔상, 테라키아였습니다.

 


Design

Architecture

Interior

Branding

Landscaping


Space

Stay


Address

Yeongdeok


Date

August, 2023